
좀 처럼 소설류는 잘 읽지 않는데
이번에 모임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두께가 꽤 두꺼운 약 600페이지인데 언제 다 읽나 싶었지만 금새 다 읽었다.
작가 김주혜는 한국에서 어릴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케이스이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머니께 듣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이런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책의 줄거리를 한번 톺아보자면
1. 줄거리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옥희를 중심으로
평양에 있는 기생인 은실과 그의 사촌인 경성의 기생인 단이가 나온다.
평양의 기생집에 하인(?)으로 취직하려 하였으나
하인이 이미 채용되어 갑작스레 기생으로 노선 변경한 옥희.
옥희와 연화는 평양의 기생집에서 만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연화와 함께 월향은 은실의 배다른 자매이지만, 외모만큼은 월향이 은실의 외모를 쏙 빼닮아 미인으로 알아주던 터였다.
어느 날 일본 순사(?)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한 월향을 은실이 연화와 옥희와 함께
경성의 기생집 단이에게 보내기로 한다.
경성에 도착한 옥희에게는 새로운 친구인 정호가 생긴다.
정호는 처음 본 순간부터 옥희를 짝사랑했지만, 인생사가 그렇듯 어엿한 숙녀로 자란 옥희의 마음을 빼앗은건
다름아닌 젊은 인력거꾼 한철이었다.
한철과 몇년간의 연애를 끝으로 그는 옥희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둘은 헤어진다.
그 사이 정호도 동네 깡패무리의 왕초였다가 우연한 계기로 사회주의의 길을 걷는다.
정호는 부지런히 대한민국이 일본으로 부터 독립할 수 있게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한국은 독립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또 다른 이념이 생기면서 남과 북이 갈라지고 만다.
정호는 남에서 살고 있으면서 북한 간첩으로 몰리며 사형을 당하고 만다.
옥희가 정호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부산으로, 더 멀리 제주로 터를 옮기면서 소설을 끝이 난다.
2. 기억에 남는 구절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길 잃은 개 한 마리의 출현만큼이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저 세월 속에 묻혀 흘러가는 여느 일탈로 말이다. (78p)
"빌어먹을 전쟁 따위도, 외로움 같은 것도, 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계속 살아남아." (514p)
"확률상 나는 오래전에 이미 죽었어야 했을 사람이야.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일도 두렵지 않다...... 다만 단 한 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떤 일들은 조금 다르게 했다면 좋았을 걸 싶어. 삶의 끝이 가까워지니 이제야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 (574p)
첫번째 구절이 기억에 남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고
글자 그대로 해석해도 실제로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이런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지만,
모든 것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법이듯, 그것이 초래한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삶을 바꾸고 싶다면 그 작은 것들의 일탈이 다른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그것이 인생이 변화하는 것의 시작이라고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두번째는 우리가 전쟁을 하는 시대를 살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세상을 살면서, 인생을 살면서
그에 따른 무게와 힘든점이 있다.
그렇기에 삶은 계속되고, 이어지기에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세번째는 인생을 살면서 죽음이 가까워지는 날이 온다면,
언젠가 나도 후회하는 것과 행복했던 기억들이 생각날 것이라 생각했다.
반대로 이야기해서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정말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솔직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좀 처럼 잘 읽지 않지만, 그래도 소설이 주는 힘이 있다.
이를테면 <작은땅의 야수들>은 옥희라는 어린아이의 성장과정을 넘어 삶의 축약본을 본것이나 다름없다.
소설에서 주는 힘은 감정의 발생도 있지만,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받는다.
옥희와 한철이 한때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결국 결혼으로 골인하지 못한채 인연이 다했다.
우리 인생에서도 이런 것들은 자주 봐오지 않았나.
죽을때까지 옥희만을 사랑했던 정호는 또 어떤가.
인생이라는게 참 기묘하고 신기하다.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다들 같은 마음이겠거니 했는데
예스24의 평은 실망의 표를 던지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이야기의 깊이가 얕다는 것인데, 이 책을 읽어보니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음에도 다른 소설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는 이 책에 만족하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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