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이라는 이 책은 너무 슬픈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제일 재밌게 읽었던 단편은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이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늙은 개와의 우정을 보고 슬프기도 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아직 현실을 잘 모르는 아이인 찬성이와 대조적으로 팍팍한 현실에 너무 찌들어버린 할머니와의 대립이 돋보였다.
노량진 공시생인 두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건너편은 무척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노량진에서 공시생으로 처음에 만났던 두 남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한명이 시험에 합격 하고 나면 그 위치와 환경이 달라져버린다.
아직은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것 같은 남자와 이미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먼저 세상을 경험한 여자의 위치는 달라져버렸고,
그런 남자는 여자의 세계가 커져버린 것을 알고 함께 하지 못한 자신을 불행해했다.
정말 지금도 어딘가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므로 너무나 공감이 된 이야기였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나는 겪은 적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작가의 묘사를 보자니 너무 감정이입이 잘되었다.
김애란 작가의 책은 묘사가 잘되어 있어 맘에 드는 구절을 메모해 두었다.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걸 배웠다.
가끔은 사람들이 '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 '빨리감기'한 필름마냥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걸 배웠다.
이 구절이 그렇게 공감이 될 수 없었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쌓여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된걸 보면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하지만, 하루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고 많은 것을 하기는 너무 짧다.
단어 하나에 여러 기억이 섞여 뒤엉키는 걸 알았다.
도희가 교통방송을 하다가 노량진이라는 단어에 막혔던 부분이다.
단어 뿐 아니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정말 많은 것 같다.
노래, 장소, 물건, 영화, tv 프로그램, 사진, 향기 등..
지나간 것들은 모두 다 추억이 된다.
아버지의 안부가 뜸해졌다면 그건 아버지가 무심해진 탓이 아니라 당신 아들이 웬만한 사회적 의례를 다 마칠만큼 나이든 까닭이었다.
당신 인생에도 내 삶에도 더 이상 박수치며 축하할 일이 생기지 않는 까닭이었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축하할 일은 인생의 초반에 몰려있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인생의 시간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그런것 같다.
취업, 대학 입학, 결혼, 출산 등..
인생에서 축하할 일이 없어진다는 건 그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말..
인생에서 축하할 일이 없어도 항상 축하하면서 살고 싶다.
누군가의 상상을 상상하는 상상안에 계산돼 있었다.
시리와 대화를 시도했던 명지의 묘사의 한 부분인데, 이 말 역시 신기해서 메모해두었다.
명지가 어떤 대화를 시도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리는 역시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프로그래밍일 뿐, 그 상상을 누군가 상상하여 만든 것일 뿐이었다.
영화 HER에서 남자 주인공과 소프트웨어(여성역할인)의 관계에서 남자는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인정한다.
시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영화 HER의 내용이 겹쳐보였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보고 밝은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의외의 슬픈이야기가 대다수였다.
슬픈 이야기임에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건 작가의 묘사와 관찰력때문에 감정이입이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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