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관심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 서메리 -

For freedom 2023. 7. 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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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알게 된 서메리 작가인데

 

서메리 작가의 프리랜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고, 그때 무척이나 흥미가 생겼었다.

 

책 리스트에 올려놓고 나중에 읽어야지 했는데, 드디어 이번에 다 읽게 되었다. 

 

작가는 영문과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사무직 직장인이었고, 

 

누구나 그렇듯, 회사에서 소모되어 5년 동안 다닌 회사를 박차고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했다. 

 

여기까지가 작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인데,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라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작가의 문체가 읽기 쉬어 술술 읽혔고, 무엇보다 글로 표현을 하는데 있어서 재능(?)이 있으신것 같다. 

 

 


 

 

1. 기술 하나 없는 사무직 회사원, 프리랜서를 결심하다

그 많은 채용공고 중에 지원하고 싶은 회사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것 내가 거쳐 온, 나를 이토록 불행하게 만든 회사들과 크게 다라 보이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이 시점에서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더오른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일이 아니라 조직이 싫다면 조직을 떠나야 하고, 조직을 떠나려면 이직이 아니라 '프리 선언'을 하는 편이 이치에 맞을 테니까.
기술 하나 없이 시작하는 프리랜서 도전에 유일한 등불이 되어 줄 취미와 특기 목록. 며칠에 걸쳐 추가와 삭제를 반복한 끝에 완성한 나만의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 책 읽기
- 글쓰기
- 그림 그리기
- 외국어 공부
- 요리
- 핸드메이드 소품 만들기
대강의 직업 후보들을 고른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보 검색이었다. 관련 분야의 프리랜서 선배들이 쓴 책도 구입하고, 각종 카페에도 가입하고, 블로그와 웹사이트를 뒤지며 각 직업의 특성과 전망, 진입 장벽 등을 체크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카드가 바로 번역가, 그중에서도 출판 번역가였다. 
나는 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어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의 유효기한을 최대한 연장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은행을 찾아가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최대로 늘렸다. 
나는 퇴사 후 약 3개월 뒤에 개강하는 아홉 달 코스의 출판 번역 아카데미에 등록해 둔 상태였고, 그 3개월 사이에는 영어 학원에서 두 달짜리 집중 강좌를 수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퇴사 후 한 달 동안은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중략)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돈도 거의 쓰지 않고 보낸 퇴사 후 그 한 달은 지금 돌이켜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중략)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효율 따위는 접어 두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이동 방법을 택한 순간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2. 밥벌이하는 프리랜서가 되기 위하여

하지만 사직서까지 제출한 마당에 이대로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당장 아카데미 개강 전까지 다닐 영어 학원을 물색했다.
아카데미 시절 초반에 가장 많이 들었던 기분은 행복감이었다. 일주일 동안 꼼꼼히 준비한 과제를 들고 후드 티에 운동화 차림으로 아카데미로 향하는 동안에는 한 주 동안의 노력에 대한 평가와 새로이 배울 지식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부풀었다. 
내겐 태블릿도 스캐너도 포토샵도 생전 만져 본 적 없는 최첨단 문물이었기에 사용법을 익히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매일 그날 분량의 번역 과제를 마친 뒤 A4용지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스캔을 해서 포토샵으로 더듬더듬 채색을 했다. 블로그 운영 초창기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입히는 시간보다 각종 사이트와 유튜브에 프로그램 사용법을 검색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번역 아카데미 종강과 함께 나는 좋든 싫든 '프리랜서'의 세계에 내던져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프리랜서 '지망생'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해 봤자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A급 인재가 못 된다면 B급 인재 중에서 B+급이라도 되어 보자는 것이 내가 택한 전략이었다. 별다른 특장점도 없으면서 성실하다는 평판마저 잃으면 끝이라고 생각한 나는 마감 절대 어기지 않기, 까다롭고 돈 안 되는 일도 웃으면서 받기, 업무적으로 연락하는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 유지하기 등 나만의 룰을 세운 뒤 정말 이를 악물고 지켰다. 
그런데, 어라? 내가 따낸 첫 일감은 뜬금없게도 번역이 아니라 웹툰 그림 작가였다. 
당장은 돈도 안되고, 경력에 도움이 될지 어떨지도 알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이 뜻밖의 기회는 내게 프리랜서의 업무 프로세스를 제대로 체험시켜 주었다. 
다만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애매한 웹툰 하나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연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전히 프리랜서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업로드가 몇 화쯤 진행됐을 무렵부터는 긴 기다림에 보상이라도 하듯 다른 일감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가 번역가 이력서를 넣어 놓고 밤낮으로 문을 두드리던 모 출판 번역 에이전시에서 전화가 왔다. 
하지만 나는 며칠간의 내적 갈등 끝에 이 제안을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직장까지 때려치우고 나온 마당에 프리랜서의 맛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다시 회사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다른 직장도 아니고 '번역 회사'의 직원이 되는 것은 도저히 현명한 선택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같은 로펌에서 일하던 다른 변호사 한명과 독립하여 사무소를 차렸다며, 사무직원으로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중략)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마음이 흔들렸다. 어렵게 얻은 샘플 기회를 날려 먹은 뒤, 내 마음속에는 번역가로 먹고살 자질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지난번 입사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퇴사 2년 차, 나는 일주일에 이틀씩 삼성동의 법률사무소로 출퇴근하는 파트타임 직장인이 되었다. 
첫 번째 변화는 사무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시작된 공격적인 규모 확장이었다. (중략) '이 조직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변화는 드디어 내게도 제대로 된 프리랜서 일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중략) 출판사와 에이전시가 무슨 생각으로 나를 선택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나는 지금까지 성실함과 원만함을 열심히 어필해 온 노력이 드디어 보상을 받은 거라는 확신 섞인 느낌을 받았다.

 

3. 진짜 프리랜서 생활이 시작되다

이렇게 가끔 막막하고 자주 즐거웠던 두 달간의 프리랜서 생활은 한 편의 번역 원고라는 결과물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첫 작업인 만큼 부족한 부분도 분명 있었겠지만, 다행히 마감 펑크나 오역 클레임 같은 아찔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단행본 작업을 끝낸 직후 일주일은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뿌득함과 함께 밀린 문화생활도 해 가며 마음 편히 휴식을 취했다. 그다음 일주일은 조금 초조하면서도 달리 할 일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쉬었다. (중략) 그 쪽지가 날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온갖 상념과 고민이 아슬아슬한 높이까지 쌓여 가고, 그사이 안절부절못하며 짝짝 찢어댄 휴지 조각이 열 무더기쯤 되어 가던 바로 그때. 쪽지를 보낸 곳은 1년 전쯤 가입했던,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 포털사이트의 카페였다.
갑자기 찾아온 뜻밖의 결심은 백수의 초조함을 추진력삼아 즉시 행동으로 옮겨졌다. 나는 당장 그날부로 출판사 설립 과정을 알아보고 첫 책 출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설립'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긴 했지만, 막상 체험해 보니 1인 출판사를 세우는 과정은 김이 빠질 정도로 간단했다. 
하지만 수익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메리북스 설립과 전자책 제작에 집중한 덕분에 나는 끝없이 우울할 수도 있는 두 번째 백수기를 나름대로 바쁘고 희망차게 보낼 수 있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제대로 된 첫 단행본 번역 일감을 따기까지는 1년 이상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필요했고 그일을 마친 뒤 두번째 일감을 받기까지는 도다시 2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일주일 이상 작업을 쉰 적이 없다. 
프리랜서를 꿈꾸면서도 영업에 자신이 없다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거의 호소에 가까운 조언을 한다. 제발 지금 생각한 것들을 인터넷에 올려 보라고. 망해도 좋고, 인기가 없어도 좋으니 딱 한 번만 해 보라고.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니냐고.

 

 

4. 프리랜서가 프리랜서를 돌아보며

하지만 나는 효율에 목숨을 거는 삶보다는 이렇게 빈틈있는 생활이 좋다. 
비범한 능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 사무직으로 일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업무 자체 때문에 퇴사를 생각할 정도로 괴로움을 느낀 기억은 별로 없다. 어쨋든 회사는 월급을 주는 곳이니, 맡은 일을 열심히 하거나 업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가려 노력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밥값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복잡하고도 미묘한 사내 인간관계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세상에는 책임감과 인내심을 인정받는 프리랜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지어 나는 업계에서 수십 년 이상 잔뼈가 굵은 분들이 이 두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춘 프리랜서가 '매우 드물다'거나 '거의 없다'고 평하는 이야기마저 들었다.
하지만 웹툰에 발을 담근 우연한 경험은 닫혀 있던 내 시야를 확 넓혀 주며 프리랜서가 반드시 한 가지 직업만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 주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짬이 날 때마다 흥미로워 보이는 분야에 다양하게 뛰어들었고, 그 결과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1인 출판사 대표 등의 다양한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무작정 뛰쳐나오라는 얘기가 아니다. 회사만 때려치우고 나오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알려 주고 싶을 뿐이다. 세상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서메리 작가의 프리랜서로 가는 긴 여정을 남겨보았다. 

 

내 이야기인듯 빨려들어 읽었는데, 정말 남기고 싶은 문구만 발췌하여 정리를 했다. 

 

퇴사 후 2년차에 단행본 번역 의뢰를 받고 그 이후로도 다양한 활동(1인 출판사 설립 등) 으로

 

괴롭고 외로운 길을 벼텨냈던 것 같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나로서도 역시 많이 공감이 되는 부분이며, 한편으론 정말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생각이 되고 

 

동시에 위대해보이기까지 하다. 

 

마침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시점이라 나 또한 이 책에 더 손이 갔던 것도 사실이고, 

 

하루빨리 나도 회사밖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