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관심

월경독서 - 목수정 -

For freedom 2024. 9. 28. 14:35
728x90

월경독서

 

 

이 책은 서평 수업때 필독서로 추천받았던 책 중에 하나다. 

 

어떤 책을 읽을까 하다가 제목에 뭔가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 목수정은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공연 기획 일을 하다가 파리로 넘어갔다. 

 

거기서 한 남자와 딸을 낳고 이 책은 한국으로 넘어올 때 쓴 책이다. 

 

월경이라는 말은 여자가 달마다 치르는 월경으로 보통 알고 있지만,

 

여기서의 월경은 경계를 넘는 다시 말해  국경을 넘는 일이다. 

 

책은 저자가 읽었던 책들의 서평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수업때 배웠던 서평의 의미를 다시 되새겼다. 

 

 


1.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사랑을 발견하겠다

1) 얼굴에 대한 그 은밀한 도박 

-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최인훈/문학과지성사

가면고. 말 그래도 가면에 대한 고찰 혹은 사람의 얼굴에 대한 고찰이다. 소설의 주인공 민, 그리고 내게 <가면고>를 건넨 남학생은 그러니까, 사람의 얼굴에 대한 고찰 혹은 도박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지금의 나처럼.
23년전에 읽은 이 책의 내용 가운데서 가장 선명하게 살아 있던 대목은 책의 첫 문장과 함께 저자가 펼친 이 짤막한 무용론이다. '사람의 몸이라는 원시의 수단이 재료가 되는 예술'이란 점에서 무용은 그 순간부터 내게 각별한 예술로 대접받았고, 파리에서 돌아와 국리발레단에 기획자로 일했던 것, 그리고 독일의 현대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60대 얼굴을 내가 60대에 갖기를 원하는 것의 리스트에 가장 먼저 올려놓게 한 것도 <가면고>의 한 문장이 뿌려놓은 씨앗에서 나온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 나의 여신

- 이사도라 던컨 / 이사도라 던컨/ 민음사

이사도라 던컨을 만난 건 스무 살 때였다. 러시아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별처럼 촉촉한 눈빛으로 전해주시던 석영중 선생님과 혁명 러시아를 즈음하여 쏟아진 시들을 섭렵하던 시간, 그날은 세르게이 예세닌의 세계로 들어갔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다. 어머니가 뭔지 일이 잘 안 돼서 우시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는 가게에 팔려고 뜨개질을 했는데 가게에서 거절당한 것이다. 나는 어머니에게서 바구니를 뺏어 들고 엄마가 짠 모자를 한 개 집어쓰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행상을 했다. 나는 그 물건을 다 팔고 엄마가 가게에서 받는 돈의 두배를 들고 돌아왔다."

 

" " 는 저자 목수정이 인용한 부분이다. 

 

이사도라 던컨이라는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보통 아이가 아니었던듯 하다. 

 

처음 유럽에 왔을 때, 이사도라는 자신이 만난 모든 사람들을 향해 춤으로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춤의 원리에 대해 온 정성을 다해 설명했다. 명성을 얻고 나서도 그녀는 공연이 끝난 후, 왜 학교가 필요한지를 온 힘을 다해 설명했다. (중략) 그가 학교를 세우려 하는 이유였다. 
이사도라 던컨은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결혼하지 않고 낳았다. 우연히 결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결혼을 거부했다. (중략) 결혼제도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감지했다. 이후 결혼 관련 법률을 달여다보면서 결혼제도가 노예제도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여성의 해방과 여자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를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을 결심했다. 

 

 

3) 이토록 숨 막히는 아름다움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 민음사

'가벼운 존재'의 화신 토마스에게 시골마을의 바에서 일하는 테레사가 옆구리에 <안나 카레니나>를 입장권처럼 끼고 당도했을 때, 테레사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존재, 바구니에 담긴 채 버려져 우연히 그의 침대에 당도한 아이였다. 이렇게 한 인간의 존재가 메타포와 함께 우리 속에서 피어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 그렇게 메타포와 함께 피어나는 사랑에서 우린 헤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머리에 아로새겼다. 
"소련의 키치 세계가 현실화 될 수 있고 그곳에서 살 것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도 그녀(사비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온갖 박해가 있는, 정육점 문 앞에서 줄을 서야만 하는 공산주의 체제의 현실적 삶을 택했을 것이다. 현실의 공산주의 시계에서 사는 것은 가능했다. 공산주의 이상이 실현된 세계, 그녀가 단 한 마디의 대화도 건넬 수 없는, 멍청한 미소만 짓는 세계에서 아마 그녀는 일주일 만에 혐오감으로 죽었을 것이다. "

 

 

2. 이 낯선 땅은 어디인가

1) 모든 떠나온 자들을 위하여

- 황금 물고기 / 르 클레지오 / 문학동네

모든 작가들의 문제의식은, 다시 말해서 한 인간이 작가라는 길을 가게 만드는 그 씨앗은, 그들의 내면에서 시작된 존재의 균열에서 흔히 비롯한다. 르 클레지오에게서 첫 번째 균열은 아프리카와 유럽이라는 이중의 정체성 이전에, 사촌 간이던 부모의 존재로부터 비롯한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같은 할어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소년 르 클레지오에게 이러한 부모의 비정상성은 한 줌의 균열의 씨앗을 심었다. 어린 시절 그는 외부와 그 어떤 접촉도 없이 어머니와 아버지 틈에서만 지냈다. 오로지 책과 사전만을 벗 삼아 지내던 안온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감미로웠지만, 그곳을 벗어나는 일은 힘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울타리를 넘어선 후, 그는 낯선 세계로의 항해를 멈추지 않았고, 그의 여행은 그의 멈추지 않는 글쓰기와 궤적을 같이한다. 
어디가 최종 종착지인지 알 수 없지만,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만은 알때가 있다. 그럴 땐, 떠나는 수밖에. 어디서든지 눈을 부릅뜨고 킁킁대며 생을 향해 나아가면, 삶은 살아진다는 거. 열정을 놓치지 않고, 그것이 숨 쉬도록 펼쳐두면, 언젠가는 만개하고 만다는 거.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울림을 줬던 부분이다. 

 

어디로 갈지 알수 없지만 떠나야 할 때.

 

그래도 계속 떠나다 보면 삶은 살아진다. 

 

예전에 켈리최 책에서도 봤던 말인데, 아침에 해는 또 뜨니 울지말고 자라고 했었나였던것 같다. 

 

맞다. 삶은 계속된다. 열심히 살다보면 또 언젠가 즐거운 날이 오는 것처럼.

 

 

 

3. 길들지 말고 철들지 않길

1) 아직도 뜨겁다, 그녀의 불꽃

- 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 / 시몬 베유 / 사회평론

그녀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철학교수였으니, 철학자로 부를 수도 있지만, 그녀가 바친 열정의 밀도를 생각하면 노동운동가라고 불러주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중략) 지적인 열정 못지않게 어린 시절부터 그녀에게서 두드러졌던 것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무한한 연민이었고, 병적으로 결핍되어 있던 것은 이기심이었다. 
시몬 베유는 그녀의 오빠 앙드레 베유가 감옥에 투옥되었을 때, 오히려 오빠를 질투했다. 자기보다 먼저 감옥에 대해 잘 알게 된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그가 계속 감옥에 있게 된다면 자기도 판사나 검사의 따귀라도 때려서라도 함께 들어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것은 오빠를 위로하기 위한 농담이면서 동시에 모든 인간의 극한 상황들을 두루 경험하고 싶어 하는 시몬을 잘 표현해주는 일화다.

 

노동자와 가난한자에게 얼마나 진심이었으면, 이정도의 마음이 생길까 신기했다. 

 

감옥을 질투한다라니..

 

 

2) 마르크시즘의 유쾌한 반전

- 엥겔스 평전 / 트리스트럼 헌트 / 글항아리

지난 세기 동안, 저항의 피를 가진 젊은이들의 두목 노릇을 해온 19세기의 두 남자,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이 두 이름에선 신을 능가하는 권위가 진하게 풍겼다. 
두 사람의 성격은 상반되지만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했다. 엥겔스는 밝고 구김살이 없었으며 균형 잡힌 성격이었다. 육체적으로 지적으로도 엥겔스가 훨씬 유연하고 탄력이 있었으며 에너지가 차고 넘쳤다. 마르크스는 성급하고 지적인 자기도취가 강했으며, 감정적이었고, 평생 이런저런 지병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는 늘 쉽게 고갈되곤 했다. (중략)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모든 인간적인 결점에도 불구하고, 오직 마르크스만이 가질 수 있는, 전 시대를 꿰뚫어 보는 천재적 재능을 인정했고, 높이 샀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부분을 기꺼이 감수했다. 

 

마르크스의 성급한 성격, 나와 닮았는데?

 

이런 성격이 여기저기 아픈 건가. 문득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3) 시민의 이름으로

- 미국민중사(전2권) / 하워드 진 / 이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이었다 .이토록 강렬하고 혹독한 독서 체험을 다신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다짐할 만큼. 그러나 이 혹독한 지옥의 문을 통과하고 나오면서, 세상은 확연히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하워드 진은 말한다. 
"계급적 이해는 언제나 국익이라는 모든 것을 감싸는 베일 뒤에 가려져 왔다. 나는 나 자신의 전쟁 경험과 미국이 벌인 모든 군사 개입의 역사를 통해,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익이나 국가 안보에 호소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언제나 그 진실성을 의심했다. 한 줌도 안되는 사람들이 전쟁을 결정하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결정의 결과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된다고 할 때, 국익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탁월한 공격성을 지닌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그들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최근 제기 된 바 있다. (중략) 프랑스 등지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이빨 자국과 인위적으로 잘린 흔적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진화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공격의지에 있었다. (중략)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뎠던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거의 멸종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처럼. 

 


 

책에 있는 모든 서평을 다 담진 못하고 

 

재밌게 읽었던 부분만 정리를 했다. 

 

서평에 관심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