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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

For freedom 2024. 10. 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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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인스타에서 우연히 <여행의 이유> 책 리뷰를 보고

 

한번 읽어보고 싶어 이번에 읽게 되었다. 

 

나도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김영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여행의 이유>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1.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런들로부터 달아나기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스프레드시트로 표를 하나 만들어 소설을 쓸 때마다 사용한다. (57p)

 

언젠가 나도 한 친구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구나 다 자세히 보면 특이하다고. 

 

문득 그 말이 떠올랐고, 생각해보면 평범의 기준은 누가 만들어 낸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랑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평범의 기준도 매길수가 없는 것이다.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호텔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집이 아니다. 어떻게 다른가? 집은 의무의 공간이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띈다. 설거지, 빨래, 청소 같은 즉각 처리 가능한 일도 있고, 큰맘 먹고 언젠가 해치워야 할 해묵은 숙제들도 있다. 집은 일터이기도 하다. (중략)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중략)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실즈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63~65p)

 

김영하 작가가 말한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에서 호텔은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맞다. 호텔은 집이 아니다. 

 

집은 거처이기 때문에 집에서 생긴 수많은 역사 중에 아픔과 슬픔, 즐거움, 행복함 등이 공존한다. 

 

아픔과 슬픔이 들러붙어 있기에 이것으로 부터 떠나기에 좋은게 바로 여행 아닐까.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68p)

 

 

 

2. 오직 현재

이 모든 것을 경험하는 나라는 주체가 있지만, 그 주체를 초월하는 생생한 현재가 바로 눈앞에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원경으로 물러난다. 범속한 인간이 초월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자아가 지워지고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의미로 육박해오는 이러한 초월의 경험은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야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 언어로 옮겨진 후에야 비로소 그것은 '생각'이 되어 유통된다. (중략)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81~82p)

 

고민이 있을 때 삶의 방향을 잡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나는 그 여행에서 무언가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저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을 뿐이었다. 

 

당시 여행이 '현재'를 살아간다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몇번의 여행을 통해 영감을 좇아 여행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여행이 끝나고 나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곱씹을 뿐이다. 

 

 

3.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바야르는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유쾌한 책에서 이런 여행을 '비여행' 혹은 '탈여행'이라 불렀다. (중략) 필리어스 포그는 80일간 세계를 일주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전통적으로 여행이라 부르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중략)

'그러고 나서 그는 점심을 선실로 가져오게 했다. 도시를 구경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하는 나라를 하인들로 하여금 둘러보게 하는 그런 영국인 족속이기 때문이다.' (111~112p)
바야르 식으로 말하자면, 누구보다 이 여행을 가장 총체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이는 자기 집 거실 소파에 누워 있는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는 출연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하루종일 여행한 경험에서 제작진이 세심하게 선별하고 거기에 컴퓨터그래픽과 자막을 입힌 한 시간 반가량의 프로그램으로 본다. (중략) 시청자는 영국의 귀족이나 조선의 양반들처럼 출연자를 어떤 도시에 대신 보낸 후, 그것을 제작진으로 하여금 기록하고 편집하게 한 후, 여행의 정수만 느긋하게 경험한다. 

 

여행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은데,

 

이러한 류의 여행도 바야르식으로 따지면 '탈여행'이라는 말이 있다는게 놀랍다. 

 

여행 프로그램이나 여행 유튜브를 통해 여행을 경험한 것으로도 여행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요즘에는 '랜선 여행'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의 이유에 대한 챕터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내가 공감이 갔던 부분들만 데려왔다.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여행의 이유 중 나는 호텔이 가장 비슷한 것 같다. 

 

리셋의 힘.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