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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손미나 -

For freedom 2024. 12. 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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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거야

 

 

손미나 작가의 첫 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읽고 

 

그녀의 책을 한 번 더 읽게 되었다.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거야> 라는 이 책은 손미나 작가가 스페인 순례길을 걸었던 여행기이다. 

 

첫 책을 재밌게 본 이후로 스페인에 관심이 생긴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도 순례길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이라

 

정보 측면의 정리가 아닌 내가 남기고 싶은 구절만 발췌해본다. 

 


 

프롤로그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산티아고 길'에 가봐야지 했다. 어떤 이유로 그런 결심을 했는지 구체적인 계기는 기억할 수 없다. '언제 누구랑 가고 싶다'와 같은 흔한 바랍도 없는 꽤나 막연한, 계획 아닌 계획이었다. 그러나 왠지 꼭 가게 될 거라는 육감이 있었다. 조금 거창하게는 자시 멈추고 지나온 삶을 돌아봐야 할 시점 같은 게 오면, 혹은 깊은 내면에 있는 나 자신과의 조우를 위해 일생에 한 번쯤은 순례자가 되어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7p)

 

 

산티아고 순례길

<순례자 여권>
순례길은 순례자 여권 발급으로 시작된다. 스페인어로는 크레덴시알 델 페레그리노, 영어로는 크리덴셜이라고 한다. 나는 생장의 순례자 센터에서 여권을 발급받고 첫 도장도 찍었다. 순례가 시작된 후 산티아고 길 위의 크고 작은 교회, 성당, 숙소, 식당 등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다. (19p)

<조개>
예수의 제자들인 열두 명의 사도들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을 때 성 야고보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침수형을 받고 사도로서는 첫 순교자가 되었는데, 이에 그의 제자들이 시신을 배에 실어 바다로 내보냈고, 그 배는 스페인 북서부 지방에 가 닿았다. 스페인에 도착했을 당시 성 야고보의 시신은 조개껍데기에 뒤덮여 있던 덕에 훼손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대에 와서 조개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이 되었고, 순례자들이 가방이나 옷에 조개를 하나씩 달고 걷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19~20p)

 

1. 피레네 산맥

- 죽음의 내리막길

"죽겠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손에 들고 어깨에 진 건 모조리 집어던지고 싶어. 오늘 하루 걷는 과정이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엔 신나고 행복하게, 힘이 넘치게 시작하는데 중간에 예상치 못한 고비도 있고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잖아. 인생에서도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삶의 쓴맛을 보고 나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소유하고 싶지 않고 다 버리고 싶어지고 말이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산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을 건데, '인생'이라고 불리는 그 중간의 시간 동안 자기가 가지고 오지도 않고 가져가지도 않을 무언가를 놓고 싸움박질을 하는 것 같아." (54p)

 

2. 나바라

- 길위의 생각들

나는 순례자들이 그 길 위에서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얻어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걷는 이들도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그 안에서 무르익는 생각을, 수많은 사연과 감정, 에너지를 그 길위에 내려놓는다. 그것은 일종의 '작은 씨앗을 심는 과정'이며 길과 나누는 속 깊은 대화이다. 산티아고 길, 그곳에서 무엇을 얻을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지나간 자리엔 무엇이 남겨질까 하는 것도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나는 과연 그길에 무엇을 두고 왔을까? 그리고 당신은? (78p)

 

- 미치도록 아름다워

산티아고 길은 분명 중독성이 있다.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고난의 과정이지만 두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아름다움에 영혼은 깊은 위로를 받고 내 자신과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길을 걷다 어딘가 있는 작은 마을의 교회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올 때면 잠시 멈출어 선다.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는 종소리,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듯 부드러운 바람과 눈앞의 풍경. 잠시도, 그 어떤 곳에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92~93p)

 

 

3. 카스티야 이 레온

- 86400의 의미

"아 이거? 86400... 이걸 새길 때 내가 살았던 시간 수야. 난 인생 중 17년을 여행만 했어. (중략) 그러면서 느낀 게 있어. 나에게 벌어져야 할 일은 나를 지나치지 않을 거라는 거야. 내가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결국은 벌어지게 되어 있다는 거지. 과거는 이미 내가 알지만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알 길이 없으니 현재를 살아야 해. 그저 현재에 집중해 살면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인생인 것 같아. 이런 걸 기억하기 위해 한 문신이야." (152~154p)

 

- 완전한 자유

그녀는 산티아고 길을 걷고 나서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이전에 작품의 성과에 집착하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살되 순례길의 리듬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 산티아고 길이 지나는 이 작은 마을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녀가 '순례길이 우리 삶에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이유'에 대해 해준 말은 매우 인상 깊었다. (중략)
카미노의 아름다움은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한 달 동안 내 몸의 리듬만을 따라 걸으면서 살아본다는 건 엄청난 기회에요. 모든 것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까요. 완전한 단절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렇게 해야 진짜 나 자신을 만나고, 그 진짜 내가 밖으로 나올 수 있거든요. 나이, 출신, 국가, 문화, 교육 배경 등 모든 것에서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진짜 나를 만나는 것, 그것은 정말 환상적인 일이랍니다." (177~178p)

 

- 잘나가는 스위스 은행원에서 우체부로

"에르베, 분명히 딱 맘에 드는 곳을 찾게 될 거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이루어지게 되어 있거든." 나의 말에 그가 미소로 화답했다. 지금쯤 에르베는 순례길 어딘가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지 않을까? (189~191p)

 

4. 갈리시아

- 나만의 산티아고 길

혼자서, 천천히, 나의 두 발로 자연 속을 걷는 일, 이 모든 요소가 합해져 나만의 길이 만들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자연의 품에 안겨 두 발로 걸으면 우리의 심장이 열린다. 그리하여 우리는 전에는 알지 못한 자기 안의 숱한 감정들의 정체를 마주하게 된다. 내 감정과 생각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만으로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불과 40여 킬로미터를 남겨둔 시점이 되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 길을 걷기 전과 후의 내 인생은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257~258p)

 

5.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아버지의 십자가

실수하고 방황하고 실패하고 좌절하는 것은 곧 '인간'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상처받거나 슬픔을 느끼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거나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 역시 삶의 일부다. 우리 인생은 필연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포함하고 있기에 그것을 직시하든 외면하든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원하지 않는 혹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이 벌어졌을 때 끝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대신 그런 일이 우리 삶에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슬픔을 그저 짙은 슬픔으로만 묻어두는 대신 다른 빛깔의 옷을 입혀 간직하는 것이다. 

 


 

좋은 구절이 많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어졌다.